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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박모(35)씨, 청와대 국민청원 올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너무 굴욕스럽고 치욕스러웠습니다. 평소 뉴스에서 접하던 강제 추행 피해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산 사상구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박모(35)씨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힌 심정입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한 살 연상의 여성 A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박씨는 평소 노래방 소모임을 같이 하던 A씨를 비롯한 지인들과 함께 사상구에 위치한 노래방을 찾았습니다.
사건은 박씨가 노래방 리모컨을 잡으려던 순간 일어났습니다.
A씨는 리모컨을 잡으려고 몸을 숙이는 박씨의 엉덩이를 뒤에서 두 손으로 움켜잡았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A씨는 엉덩이를 움켜잡으며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순간이었지만, 박씨는 화를 삭이고 며칠 뒤 A씨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박씨는 A씨의 답장을 받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A씨는 “누나 노래방에서 제가 리모컨 잡을 때 엉덩이 만진 거 맞죠?”라는 질문에 “그게 다 같이 볼 때 장난으로 했는데, 기분 나빴구나. 미안해”라고 답했습니다.
피해자 박모(35)씨 제공
박씨에 따르면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지인들은 “남자니까 참아라” “장난인데 그냥 참아”라고 대답했습니다. 하
지만 박씨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 수치심이 느껴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박씨는 A씨를 고소했습니다.
몇 차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건 관련 핸드폰 대화 내용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기억 안난다”고 부정했습니다.
박씨는 제출한 메시지 중 A씨가 사실상 범행을 시인한 내용이 포함돼, 증거가 충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박씨는 부산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판정 통보서를 받습니다.
검찰이 밝힌 이유는 ‘증거불충분’이었죠.
박씨는 강제추행을 당하고 재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억울했지만, 검찰의 판단을 존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는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 소식을 접하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부산의 곰탕집에서 한 남성이 옆 테이블에 있던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며 “(피고인이) 엉덩이를 움켜잡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내용이 자연스럽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죠.
박씨는 곰탕집 사건 속 피해자와 본인이 거의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죠.
박씨는 그 원인이 사회에 만연한 남녀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범죄 처벌에 있어서 남녀를 대하는 사법부의 태도가 다르다고 느꼈죠.
비록 사건이 일어난 지 11개월이 지난 후였지만, 박씨는 본인이 당한 일을 폭로하고자 마음먹게 됩니다.
지난 10일 박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에게 성추행 당했는데, 가해자는 기소유예입니다”라는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앤디훅’이라는 네이버 카페에도 상세하게 본인이 겪은 일련의 사건을 설명한 글을 올렸습니다.
공식적으로 부산지방검찰청에 탄원서도 넣었죠.
박씨에 따르면 현재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사건의 기소여부를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18일 기준 200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면 사건 관련 정확한 정황을 알지는 못합니다.
검찰에서 기소유예를 한 법률적 판단의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씨 지인들의 “남자니까 참아라”라는 발언은 분명히 존재하는 남성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조금은 가혹한 발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05&aid=0001132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