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분노에도 시민들은 ‘냉랭’…카풀만이 문제일까
작성자 이거야원
작성일 2019-02-02 15:17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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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 논란
“택시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
50대 택시기사 A(57)씨가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하며 몸을 불살랐다. 그는 JTBC 손석희 대표에게 보낸 유서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며 카풀 서비스가 택시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카오 카풀 서비스 정식 시행을 앞두고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센데도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택시 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고, 택시 업계의 승차 거부-불친절이 만연한 상황에서 카풀 서비스까지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무조건 반기를 들 것이 아니라 사납금을 줄이는 등 기본 수익 배분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택시 노조 “정부, 국회, 대기업이 죽음으로 내몰아... 카풀 결사반대”
분신한 A씨가 소속됐던 B교통 노동조합 관계자는 10일 "오늘 아침 A씨에게 전화가 와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 때문에 여의도에서 분신하고 싶은 심정이라 하기에 그러면 안 된다고 말렸다"며 "나중에 차하고 같이 분신하겠다는 전화가 다시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는 이날 오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들은 "택시 서민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위를 근절해달라고 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이를 방치했다"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열악한 여건 속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우리에게 생계수단인 택시마저 빼앗는 것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만 택시 가족 일동은 불법 카풀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강력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카풀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고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 “바가지에 승차거부... 택시 불친절 하루이틀 아냐”
그럼에도 시민들은 택시 업계의 반발에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질은 높이려 하지 않으면서 수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걱정만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31)씨는 “택시 하나 잡겠다고 몇십분을 밖에서 벌벌 떤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막상 택시를 잡아도 변두리 쪽은 승차 거부를 하거나 가도 ‘오늘 장사 망했다’며 눈치를 준다. 택시 불친절한 게 하루 이틀 일인가”라고 분노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택시는 바가지 씌우는 게 일상이라 마음 놓고 탈 수가 없다”며 “여성이라 그런지 택시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면 꼭 ‘어떻게 가드릴까요’ 묻더라. 내비(게이션)대로 가달라고 해도 멋대로 가놓고는 ‘이 길이 제일 빠르다’고 바가지를 씌운다. 카풀이면 차라리 가격도 정해져 있고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여론 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0%가 ‘카풀이 편익 증진에 도움이 돼 찬성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 생존권을 위해 카풀 도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에 그쳤다.
◆택시기사 “사납금 내고 나면 월수입 고작 60만원”
택시기사의 불친절한 서비스 배경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사납금이다. 전문가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기보단 택시 업계의 불합리한 사납금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납금은 택시기사가 택시회사에 내는 일종의 ‘차량 대여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일일 사납금은 14~17만원선이며 1~2교대의 경우 20만원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택시기사들은 “하루 12시간씩 한 달 내내 일했을 때 사납금을 내고 나면 월 60만원 정도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마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금액은 더 줄어든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에 카풀 서비스가 시행되면 수익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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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경일 의원도 지난달 21일 경기도 교통국을 대상으로 실시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법인 택시기사들은 과도한 근무시간과 열악한 근무 여건에 시달리고 있다"며 "택시요금 인상분은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법인 택시 사납금 제도의 폐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서울시 “요금 인상 때 사납금 6개월 동결하라”
기본요금을 3800원, 심야할증 기본요금을 4600원으로 올리는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안은 지난달 26일 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돼 본회의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달 내 본회의 통과 시 시 물가대책심의위원회ㆍ택시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택시요금이 인상된다.
서울시와 택시회사들은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했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이 택시회사가 아닌 기사들의 실질적 소득증가로 이어지도록 6개월 동안 사납금을 동결하기로 법인 택시 업계와 합의했다.
문제는 수입증가분을 택시기사 월급에 반영하는 기간을 놓고 서울시와 택시 업계가 이견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 기간을 '다음 택시요금 인상 때까지'로 명시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 중이다. 택시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가능성 때문에 이를 명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법인 택시기사들은 “결국 6개월 뒤 사납금만 오르고 높은 요금에 승객들만 줄어들진 않을까”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나진희 기자 [email protected]
“택시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
50대 택시기사 A(57)씨가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하며 몸을 불살랐다. 그는 JTBC 손석희 대표에게 보낸 유서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며 카풀 서비스가 택시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카오 카풀 서비스 정식 시행을 앞두고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센데도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택시 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고, 택시 업계의 승차 거부-불친절이 만연한 상황에서 카풀 서비스까지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무조건 반기를 들 것이 아니라 사납금을 줄이는 등 기본 수익 배분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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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택시기사 A씨가 자신의 택시에서 분신해 숨졌다. 연합뉴스 |
분신한 A씨가 소속됐던 B교통 노동조합 관계자는 10일 "오늘 아침 A씨에게 전화가 와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 때문에 여의도에서 분신하고 싶은 심정이라 하기에 그러면 안 된다고 말렸다"며 "나중에 차하고 같이 분신하겠다는 전화가 다시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는 이날 오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들은 "택시 서민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위를 근절해달라고 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이를 방치했다"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열악한 여건 속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우리에게 생계수단인 택시마저 빼앗는 것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만 택시 가족 일동은 불법 카풀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강력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카풀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고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 “바가지에 승차거부... 택시 불친절 하루이틀 아냐”
그럼에도 시민들은 택시 업계의 반발에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질은 높이려 하지 않으면서 수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걱정만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31)씨는 “택시 하나 잡겠다고 몇십분을 밖에서 벌벌 떤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막상 택시를 잡아도 변두리 쪽은 승차 거부를 하거나 가도 ‘오늘 장사 망했다’며 눈치를 준다. 택시 불친절한 게 하루 이틀 일인가”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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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택시를 잡으려 애쓰고 있다. 김경호 기자 |
여론 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0%가 ‘카풀이 편익 증진에 도움이 돼 찬성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 생존권을 위해 카풀 도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에 그쳤다.
◆택시기사 “사납금 내고 나면 월수입 고작 60만원”
택시기사의 불친절한 서비스 배경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사납금이다. 전문가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기보단 택시 업계의 불합리한 사납금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납금은 택시기사가 택시회사에 내는 일종의 ‘차량 대여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일일 사납금은 14~17만원선이며 1~2교대의 경우 20만원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택시기사들은 “하루 12시간씩 한 달 내내 일했을 때 사납금을 내고 나면 월 60만원 정도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마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금액은 더 줄어든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에 카풀 서비스가 시행되면 수익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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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요금 인상 때 사납금 6개월 동결하라”
기본요금을 3800원, 심야할증 기본요금을 4600원으로 올리는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안은 지난달 26일 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돼 본회의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달 내 본회의 통과 시 시 물가대책심의위원회ㆍ택시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택시요금이 인상된다.
서울시와 택시회사들은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했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이 택시회사가 아닌 기사들의 실질적 소득증가로 이어지도록 6개월 동안 사납금을 동결하기로 법인 택시 업계와 합의했다.
문제는 수입증가분을 택시기사 월급에 반영하는 기간을 놓고 서울시와 택시 업계가 이견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 기간을 '다음 택시요금 인상 때까지'로 명시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 중이다. 택시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가능성 때문에 이를 명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법인 택시기사들은 “결국 6개월 뒤 사납금만 오르고 높은 요금에 승객들만 줄어들진 않을까”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나진희 기자 [email protected]
http://m.news.naver.com/read.nhn?aid=0003325933&oid=022&sid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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