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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에 대해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인사 불이익을 받은 피해자 지위를 인정한 법원이 정작 사건기록을 열람하게 해달라는 서 검사 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법정에 나가 피해자로서 증언할 계획이었던 서 검사 측은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검사를 대리하는 서기호 변호사는 안 전 검사장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에게 오는 17일 재판에 서 검사가 불출석한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12일 재판부는 서 검사의 피해자 지위를 인정하고 17일 서 검사 증언을 듣기로 했었다. 안 전 검사장 혐의는 성추행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의 권한을 남용해 인사 담당 검사들이 서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발령을 내도록 한 것(직권남용)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피해자는 ‘국가’이지만 인사 불이익을 서 검사가 받은 만큼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서 변호사가 증언 준비를 위해 지난달 13일 검찰의 증거목록과 그간 진행된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하고 싶다고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는 “피해자는 소송기록의 열람·복사를 재판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며 “재판장은 피해자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열람·복사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는 피고인 측만 사건 기록을 볼 수 있었지만 피해자의 정보권이 중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등을 통해 2007년 도입된 제도다.
서 변호사는 이 같은 재판부 태도가 사실상 열람·복사 불허가라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피해자 진술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서에서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피해자가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의 사건 기록 열람·복사 신청권은 헌법에 보장된 형사피해자의 공판절차 진술권을 실효성있게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열람·복사 신청권이 합리적인 범위에서 충분히 보장될 때까지 (서 검사는)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며 “재판부가 이러한 상황에서 재판을 종결하고 판결 선고를 할 경우 헌법상 피해자 진술권 침해를 이유로 한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권남용 사건에서 피해자 지위를 인정한 재판부 판단은 이례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2년 “헌법상 형사피해자의 개념은 반드시 형사실체법상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한 피해자 개념에 한정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문제된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법률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자로 봐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교통사고로 자녀가 사망한 경우 자녀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피해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