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일했는데 코로나 정부 지원금 ‘0원’···“미싱사들이 유령 노동자인가”[우리는 '미싱사�…
작성자 이기자1
작성일 2022-06-12 23:57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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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입는 옷은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옷 한 벌이 완성되려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바로 미싱사들이다. 디자이너나 옷 브랜드는 대중에 알려지지만, 미싱사들의 이름은 제대로 호명된 적이 없다.
수 십년 동안 같은 작업을 한 미싱사의 손가락 마디는 구부러져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10대부터 봉제공장에 출근한 소녀들은 어느덧 40~50대 숙련공이 됐다. 한땀 한땀 박힌 바느질에는 미싱사들의 삶이 담겨있다.
50년 동안 미싱사로 일한 조미자씨(64)는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분신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인간기계가 돼 일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는 오르지만 공임은 오르지 않았고 법정 근무시간도 지켜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는 미싱사들에게도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일감이 떨어져 소득이 줄었지만 정작 이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소득을 증빙할 자료가 없어서다. 코로나19 사태 2년간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업종별 정부 지원금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들은 사각지대에 있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이 지난해 9~11월 402명의 봉제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 중 52.3%는 ‘증빙서류가 없어서’, 41.4%는 ‘몰라서’ 정부 지원금 등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받지 못했다고 했다. 미싱사들이 근무하는 공장은 영세해 사업장등록을 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5인 미만의 가족생계형 업체나 가내수공형 공장도 많다. 밥 먹을 공간이 없어 공장 안에서 밀어넣듯 해치우며 일한 결과는 가혹했다.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떠받친 봉제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의류생산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값싼 국가에서 이뤄지면서다. 재개발 영향 등으로 봉제공장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 대전환’을 내세우며 각종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지만 봉제산업 노동자들은 “있는 일자리만이라도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경향신문은 미싱사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하고 봉제산업 노동자의 미래를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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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임 상승은 ‘찔끔’, 법정 근무시간 ‘초과’
미싱사들이 받는 공임은 20~30여년 동안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미싱사 박씨의 경우 여성 셔츠를 만드는데 34년 전에는 장당 2500~2800원을, 지금은 3000~3500원을 받는다고 했다. 불과 1.2배 정도 오른 것이다. 또 다른 미싱사는 신사복 자켓 상의를 만드는데 25년 전 한 벌당 7300원을 받았다. 지금은 1.2배 오른 9500원을 받는다.
박씨는 “물가는 다 오르는데 공임만 20~30년 전 그대로다. 납품단가가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기준이 없다보니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장 사업주들은 가게나 디자이너에게서 일감을 받을 때마다 협상을 통해 단가를 정한다. 납품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단가 후려치기’가 발생한다. 특히 일감이 없는 비성수기에는 낮은 가격의 단가에도 일을 하겠다는 공장주간 경쟁도 치열하다. 납품처는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공임이 몇 십년째 제자리 수준인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도 미싱사들은 현재도 하루에 12~15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주 40시간에 해당하는 법정 근로시간은 물론, 초과근무를 더한 주 52시간도 뛰어넘는 노동양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싱사 노동자 324명의 성수기 월평균 작업시간은 279.7시간으로, 전체 노동자의 연간 월평균 노동시간인 160.6시간(2020년 기준)에 비해 100시간 넘게 많다. 반면 소득안정성은 낮다. 응답자들의 성수기 월평균 소득은 271만9000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352만7000원(2020년 기준)의 77% 수준이다.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 지회장은 “몇 십년 된 고숙련 노동자인데도 노동이력 증빙이 안 된다니, 봉제종사자들이 유령노동자라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는 “납품단가 기준은 없고 일감에 따라 돈을 주는 공임 제도는 장시간·저임금 노동구조를 고착화하는 이유”라며 “공장은 영세해지고, 노동자들은 일감을 찾아 곳곳을 전전하면서 임금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가장 밑바닥에서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회복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http://naver.me/F1LWPCQw
수 십년 동안 같은 작업을 한 미싱사의 손가락 마디는 구부러져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10대부터 봉제공장에 출근한 소녀들은 어느덧 40~50대 숙련공이 됐다. 한땀 한땀 박힌 바느질에는 미싱사들의 삶이 담겨있다.
50년 동안 미싱사로 일한 조미자씨(64)는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분신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인간기계가 돼 일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는 오르지만 공임은 오르지 않았고 법정 근무시간도 지켜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는 미싱사들에게도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일감이 떨어져 소득이 줄었지만 정작 이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소득을 증빙할 자료가 없어서다. 코로나19 사태 2년간 특수고용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업종별 정부 지원금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들은 사각지대에 있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이 지난해 9~11월 402명의 봉제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 중 52.3%는 ‘증빙서류가 없어서’, 41.4%는 ‘몰라서’ 정부 지원금 등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받지 못했다고 했다. 미싱사들이 근무하는 공장은 영세해 사업장등록을 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5인 미만의 가족생계형 업체나 가내수공형 공장도 많다. 밥 먹을 공간이 없어 공장 안에서 밀어넣듯 해치우며 일한 결과는 가혹했다.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떠받친 봉제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의류생산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값싼 국가에서 이뤄지면서다. 재개발 영향 등으로 봉제공장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 대전환’을 내세우며 각종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지만 봉제산업 노동자들은 “있는 일자리만이라도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경향신문은 미싱사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하고 봉제산업 노동자의 미래를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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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임 상승은 ‘찔끔’, 법정 근무시간 ‘초과’
미싱사들이 받는 공임은 20~30여년 동안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미싱사 박씨의 경우 여성 셔츠를 만드는데 34년 전에는 장당 2500~2800원을, 지금은 3000~3500원을 받는다고 했다. 불과 1.2배 정도 오른 것이다. 또 다른 미싱사는 신사복 자켓 상의를 만드는데 25년 전 한 벌당 7300원을 받았다. 지금은 1.2배 오른 9500원을 받는다.
박씨는 “물가는 다 오르는데 공임만 20~30년 전 그대로다. 납품단가가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기준이 없다보니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장 사업주들은 가게나 디자이너에게서 일감을 받을 때마다 협상을 통해 단가를 정한다. 납품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단가 후려치기’가 발생한다. 특히 일감이 없는 비성수기에는 낮은 가격의 단가에도 일을 하겠다는 공장주간 경쟁도 치열하다. 납품처는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공임이 몇 십년째 제자리 수준인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도 미싱사들은 현재도 하루에 12~15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주 40시간에 해당하는 법정 근로시간은 물론, 초과근무를 더한 주 52시간도 뛰어넘는 노동양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싱사 노동자 324명의 성수기 월평균 작업시간은 279.7시간으로, 전체 노동자의 연간 월평균 노동시간인 160.6시간(2020년 기준)에 비해 100시간 넘게 많다. 반면 소득안정성은 낮다. 응답자들의 성수기 월평균 소득은 271만9000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352만7000원(2020년 기준)의 77% 수준이다.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 지회장은 “몇 십년 된 고숙련 노동자인데도 노동이력 증빙이 안 된다니, 봉제종사자들이 유령노동자라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는 “납품단가 기준은 없고 일감에 따라 돈을 주는 공임 제도는 장시간·저임금 노동구조를 고착화하는 이유”라며 “공장은 영세해지고, 노동자들은 일감을 찾아 곳곳을 전전하면서 임금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가장 밑바닥에서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회복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http://naver.me/F1LWPC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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